[비즈 이슈] 최태원·구광모, '통 큰' 결단…배터리 전쟁 2년 만에 '종지부'
[비즈 이슈] 최태원·구광모, '통 큰' 결단…배터리 전쟁 2년 만에 '종지부'
  • 이형선 기자
  • 승인 2021.0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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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LG엔솔, 배터리 분쟁 2년 만에 '마침표'
2조원 배상금…역대 글로벌 영업비밀 침해 분쟁 가운데 '최고'
韓美 정부 압박 '결정적'…최태원·구광모 회장, '통 큰' 결단도 한 몫

SK와 LG의 '배터리 전쟁'이 2년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최종 결정에 대한 거부권 행사 시한을 하루 앞두고서 나온 성과다. 무엇보다 전격적인 이번 합의에는 두 그룹의 총수인 최태원 회장과 구광모 회장의 '통 큰' 결단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SK·LG, 배터리 분쟁 2년 만에 '마침표'

[사진: 각 사 제공]
(좌)구광모 LG그룹 회장.(우)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 각 사 제공]

LG와 SK가 2년여 동안 지속해 온 배터리 분쟁에 마침표를 찍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1일 공동입장문을 통해 "미국 ITC에서 진행되고 있는 배터리 분쟁을 모두 종식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19년 4월부터 진행된 모든 소송 절차는 마무리됐다.

양사는 이번 합의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 현재가치 기준 총액 2조원(현금 1조원+로열티 1조원)을 합의된 방법에 따라 지급하고 △관련한 모든 국내.외 쟁송의 취하 및 향후 10년 간 추가 쟁송도 하지 않기로 했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공식 입장을 통해 "한미 양국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발전을 위해 건전한 경쟁과 우호적인 협력을 하기로 했다"며 "특히 미국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배터리 공급망 강화 및 이를 통한 친환경 정책에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합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준 한국과 미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강조했다. 

이번 합의는 최고경영책임자(CEO) 간 협의를 거쳐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지난달 하순부터 3주째 미국 워싱턴에 체류 중이다. 미 행정부와 정치권에 거부권의 필요성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이런 가운데 김준 사장은 서울에 있는 LG에너지솔루션 김종현 사장과 '화상회의'를 진행했고, 결국 지난 주말 양측은 극적 합의에 도달했다.

 

◆2조원 배상금…역대 글로벌 영업비밀 침해 분쟁 가운데 '최고'

이번에 양측이 합의한 2조원의 배상금은 역대 글로벌 영업비밀 침해 분쟁 가운데는 '최고 배상액'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의 미래 성장가치가 반영된 금액인 한편, 지식재산권 보호의 중요성을 인정받은 결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LG 측은 "협상 진행 과정에서 처음 제시한 3조원의 합의금은 미국 연방비밀보호법(DTSA)에 따라 산출했다"고 밝혔다. 해당 법에서는 실제 입은 피해 및 부당이득(Past Damage)과 미래 예상 피해액(Future Damage), 징벌적 손해, 변호사 비용을 배상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SK가 침해한 자사의 영업비밀로 따낸 배터리 수주 금액과 미래 예상 피해액 등을 고려해 배상금을 산정했다는 게 LG 측 주장이다. 

이에 비해 SK 측은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부인하는 한편, 산정 기준과 금액을 인정할 수 없다고 1조원의 배상금을 제시하며 맞섰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양측은 마지막 공식 협상에서 양사가 제시한 금액(LG 3조원, SK 1조원)을 토대로 1조원씩 양보해 2조원을 합의금으로 책정하게 됐다. 

SK는 1조원을 현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1조원은 수년에 걸쳐 로열티 방식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당초 SK 측이 합의금 지금 방식으로 제시했던 자회사 SK아이테크놀로지(SKIET)의 상장 지분 제공은 제외됐다.

 

◆韓美 정부 압박 '결정적'…최태원·구광모 회장, '통 큰' 결단도 한 몫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 SK그룹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 SK그룹 제공]

양사의 합의는 미국 정부의 중재와 한국 정부의 합의에 대한 압박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결정이 나온 이후 일자리 창출과 전기차 공급망 구축 등 자국 경제적 효과를 고려해 뭍밑에서 양사에 합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국 ITC는 지난 2월 10일(이하 미국 현지시간) 양사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 최종 결정에서 SK이노베이션에 10년 수입금지 제재를 내린 바 있다. 

한국 정부 역시 지난 2월 ITC 최종 결정을 앞두고 정세균 국무총리 등이 나서 양사에 합의를 촉구했다. 이 외에 양사의 분쟁 장기화에 따른 여론 악화 및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외면 등도 이번 합의의 또다른 배경으로 언급된다. 

무엇보다 이번 합의에는 SK와 LG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과 구광모 회장의 '통 큰' 결단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두 총수가 이번 협상 과정에서 직접 개입하진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수 조원 규모에 달하는 배상금이 총수의 결단이 없인 이뤄질 수 없다는 게 재계 대체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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