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흥행 ‘택시운전사’ vs 1주 천하 ‘군함도’ 희비교차
천만 흥행 ‘택시운전사’ vs 1주 천하 ‘군함도’ 희비교차
  • 한보람 기자
  • 승인 2017.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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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경제TV 한보람 기자]

앵커) 올 여름 기대작으로 꼽힌 택시운전사와 군함도. 일주일 간격을 두고 개봉한 두 영화의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나란히 역사를 조명한 만큼 관객들의 기대도 컸는데요. 특히 군함도는 스크린 독과점에 역사 왜곡으로 논란이 많았습니다. 이와 관련, 영화전문기자 정시우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두 영화 모두 우리의 ‘아픈’ 역사를 소재로 했는데요. 군함도와 택시운전사 내용 간략하게 소개해주시죠. 

정시우 기자) <군함도>는 일본 군함도에 강제 징용된 후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400여명의 조선인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뜨거운 감정을 일으키는 소재도 소재지만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들의 면면이 영화에 대한 기대를 키웠는데요. 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황정민-소지섭-송중기 등이 출연해 일찍이 충무로 기대작으로 떠올랐습니다. 

장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택시운전사> 역시 비극의 역사를 기반으로 한 픽션입니다. 1980년 5월, 서울의 택시운전사가 통금 전에 광주를 다녀오면 큰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 기자를 태우고 아무것도 모른 채 광주로 향하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이 영화 시작과 끝은 ‘송강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송강호라는 이름이 주는 기대가 큰 영화인데요. <피아니스트>에 출연했던 독일 명배우 토마스 크레취만과의 호흡도 기대를 모았던 부분입니다. 

앵커) 군함도가 일주일 먼저 극장에 걸렸는데, 초반 흥행이 대단했죠. 군함도와 택시운전사, 현재 성적은 어떤가요?

정시우 기자) <군함도>는 그야말로, 뜨겁게 타올랐다 빠르게 식었습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행보였는데요. 개봉 첫 주 400만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세운 <군함도>는 그러나, 빠른 하락세를 보이더니 65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치며 극장에서 퇴장했습니다. ‘천만 관객 돌파는 따 놓은 당상’이라 여겨졌던 <군함도>의 행보에 대해 누군가는 이 단어를 썼습니다. ‘침몰’ 

반면, <택시운전사>는 개봉 2일째 100만, 3일째 200만, 4일째 300만 관객을 돌파하더니, 19일 만에 1000만 관객 돌파에 성공했습니다. <괴물>로 천만 배우가 된 송강호는 <변호인>으로 천만 고지를 다시 한 번 넘어섰고, <택시운전사>로 또다시 천만을 달성하며 그 어려운 '트리플 천만'을 기록하게 됐습니다. 

앵커) 군함도는 스크린 독과점, 역사 왜곡 등 논란이 많았습니다. 구체적인 설명 부탁드립니다.

정시우 기자) <군함도>는 그야말로 ‘논란종합세트’였죠. 논란에 있어 <군함도>는 한국 영화 사상 몇 안 되는 비운의 영화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친일’을 두둔한다는 식민사관 논란부터 애국주의를 강요한다는 ‘국뽕’ 논란, 여기에 평점 테러와 역사적 비극을 판타지화한다는 비판 등이 잇따랐습니다. 한 영화에서 ‘국뽕’과 친일, 두 가지 논란이 동시에 불거져나오는 게 가능한 일일까 싶을 정도로 기이한 현상이었습니다. 

여기에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기름을 부었는데요. <군함도>가 개봉 때 기록한 2200여개의 스크린 점유 숫자는 기왕의 모든 기록을 경신한 것입니다. 

물론 작품 내적인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인물들을 다루는 방식 등이나 류승완 감독의 작품 치고는 작품성이 아쉽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앵커) 군함도보다 일주일 늦게 개봉한 ‘택시운전사’는 오히려 군함도 덕분에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피할 수 있었다는 말도 있던데요. 특히 시사회를 ‘군함도’보다 먼저 열어 입소문을 냈다고요?

정시우 기자) <택시 운전사> 역시 1900개가 넘는 스크린에서 상영됐습니다. 명백히 스크린 독과점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본의 아니게 <군함도>가 독과점 논란을 흡수하며 ‘택시운전사’의 충격 완화 역할을 했습니다. 

독과점 문제 외에 역사 왜곡 논란, 평점 테러 등에 휘말린 <군함도>와 달리 <택시운전사>의 이미지가 긍정적인 것도 물론 빼놓을 수 없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관람하면서 영화의 긍정적인 이미지 형성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앵커) 다시 성적 얘기를 해보죠. 군함도에 겹친 여러 가지 악재가, 영화 흥행에 영향을 준 걸까요? 스크린을 많이 차지한 만큼 손익분기점을 넘기려면 꽤 많은 관객을 동원해야 했을 텐데요. 군함도, 손익분기점은 넘겼나요?

정시우 기자)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700만 가량 정도로 극장 상영만 두고 보면 적자입니다.  <군함도>의 관객 급감은 ‘초반 이미지 구축 실패’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텐데요. 영화 흥행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건 관객들의 긍정적인 입소문입니다. <군함도>는 초반 너무 많은 논란으로 이러한 기회가 차단된 면이 없지 않습니다. 

앵커) 그동안 영화계 독과점 논란은 계속 돼왔습니다. 독과점이 실제 영화계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이고 해결 방안은 없는지?

정시우 기자) 사실 독과점 논란은 멀티플렉스 자본이 충무로에 침투한 이후, 천만 영화들이 통과의례처럼 거쳐 온 이슈입니다. <괴물>(2006)을 시작으로 <해운대>(2009) <도둑들>(2012)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변호인>(2013) <국제시장>(2014) <명량>(2014) 등이 모두 독과점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다만, 2000개 관 이상을 독식한 건 <군함도>가 최초입니다. 

990원 짜리 과자와 1000원 짜리 과자가 다르게 받아들여지듯, 1999개 스크린과 2000개 스크린 사이에는 어떤 마지노선이 존재했을지 모릅니다. 독과점 논란은 ‘류승완의 잠재적 응원자들’마저 등 돌리게 하는 역효과를 낳았습니다. 

주목할 건 스크린 수는 감독이나 제작자의 힘이 아니라, 상영업자의 이해타산에 의해 정해진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점인데요. CGV-롯데-메가박스 등 이윤 추구가 목적인 극장들의 초반 스크린 몰아주기가 <군함도> 침몰을 의도치 않게 도운 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투자사 이름을 앞세우는 충무로 관행을 <군함도>로 과감하게 뒤집은 류승완이 이번 독과점 논란에서 대기업의 액받이가 된 듯한 아이러니가 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다시 꺼내게 되는 것이 시스템 정비입니다. 정책적 개입으로 한 편의 영화가 다수의 영화를 대치하는 상영 스크린 점유 관행에 제동을 걸고 그 ‘한계선을 지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나왔지만, '시스템ㆍ독과점이라는 괴물'을 흥행이라는 욕망 아래 너무 오랜 시간 방치한 면이 있습니다. 

앵커) CJ엔터테인먼트의 영화인 '군함도'가 같은 계열사 CJ CGV에서 상당한 스크린을 확보해서 스크린 독과점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아무래도 CJ측이 영화 흥행에 총력을 기울이는데요 'CJ E&M, TV로 번 돈 영화로 까먹는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정시우 기자) <군함도>의 메인 투자사이기도 한 CJ는 가급적 빠른 시간 안에 투자 원금을 회수하고 이익을 보려는 계산에서 독과점을 방조한 잘못이 있습니다. 올해 CJ의 흥행작은 관객 수 781만 명의 <공조> 정도인데요. <공조>를 제외하고 상반기에 투자한 <임금님의 사건수첩><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등 대다수가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군함도>까지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면서 빨간불이 켜졌죠. CJ E&M은 줄지어 적자를 기록하며 올해 2분기와 3분기를 마무리했습니다. CJ는 현재 추석 개봉작인 <남한산성>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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