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재철 하나은행 신탁사업본부장 "투명한 미술품 투자 환경 구축"...신탁명가의 미술시장 선점
[인터뷰] 이재철 하나은행 신탁사업본부장 "투명한 미술품 투자 환경 구축"...신탁명가의 미술시장 선점
  • 김하슬 기자
  • 승인 2023.0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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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거래가 금융권의 새 먹거리로 떠오르면서 기업들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이재철 하나은행 신탁사업본부장도 31일 팍스경제TV와 만나 미술시장 규모가 점차 커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미 하나은행은 미술 시장 선점을 위해 신탁명가를 내세운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아래는 이재철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 미술시장 변화 추이를 점검해주신다면.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2022년 국내 미술시장 규모는 1조377억원으로, 전년보다 37.2% 증가했습니다. 코로나19, 세계경제 위축 등으로 부동산, 주식 등 전통 자산시장이 부진하자 유동자금이 신규 유입되며 성장한 것으로 보입니다.

더군다나 미술품은 거래 시 취득세와 보유세가 없고 가격변동이 덜합니다. 오래 보유할수록 가치가 올라간다는 특징 역시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요소로 인식되며 미술시장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런 배경과 MZ세대의 적극 참여에 힘입어 미술품 투자(아트테크)에 대한 관심이 늘었고, 지난해 국내 미술시장 규모는 역대 최초로 1조원대를 넘었습니다.

이재철 하나은행 신탁사업본부장이 팍스경제TV와 만나 미술 시장의 전망 등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 최근 눈에 띄는 특징이 있다면요?

미술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작품 공동 소유권을 갖는 ‘미술품 조각투자’도 동반 성장했습니다. 고액 자산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미술품은 MZ세대의 수요와 참여로 하나의 자산을 지분 형태로 쪼개 다수의 투자자가 함께 투자하고 이익을 공동으로 배분받는 형태로 발전하게 됐습니다.
 
국내 미술품 조각투자 시장은 미술시장과 더불어 빠른 성장세를 보였는데,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간한 ‘상반기 한국 미술시장 결산’에 따르면 2020년 51억 원 규모에서 2021년 54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2022년에는 상반기에만 2021년 전체 거래액의 56.9%인 310억원을 기록하며 국내 미술시장의 5.5% 규모까지 폭풍 성장했습니다.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H.art1(하트원) 내부 전시 모습

▶ 미술시장에서 앞으로 주목할 이슈가 있다면.

올해 미술시장의 트렌드는 해외 유명 갤러리·아트페어의 국내 진출, MZ세대 컬렉터의 부상, NFT, AI, 미술품 조각투자 등 기술 변화의 수용으로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글로벌 메가 갤러리인 페이스(PACE)와 리만머핀(Lehmann Maupin)은 기존 갤러리 규모를 확장 이전 했고, 타테우스 로팍(Thaddaeus Ropac)은 한남동에, 쾨닉(KÖNIG)이 청담동에 서울 분점을 내는 등 서울이 아시아 미술시장의 허브로 급부상했습니다. 

이외에도 NFT, AI, 미술품 조각투자 등 미술과 신기술 접목 현상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또 고가의 자산에 여러 명의 투자자가 지분을 나누어 투자하는 방식인 조각투자가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의 누적 공동구매액은 97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서비스 개시 3년여 만에 1000억 원까지 다가선 양상이죠. 이렇듯 국내외적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앞으로 더 다양한 행보가 기대됩니다.

▶ 미술품 조각투자 시장이 점차 커질 것으로 전망하시나요.

장기적으로는 제도권으로 편입될 미술품 조각투자가 어떤 형태로든 연기금, 기관투자자 및 법인 등과 같은 신규 투자자의 미술 시장 유입을 촉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그렇게 되면 지금보다 더 유명하고 장기적 투자 가치가 증명된 거액 작품도 취급되고, 전통 금융시장의 리스크를 헷지하는 투자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습니다. 단, 투자자산 대부분아 가치판단에 대한 정보가 불충분하거나 허위·과장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투자해야 합니다.

이재철 하나은행 신탁사업본부장(오른쪽)이 사업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 하나은행만의 시장 선점 전략은 무엇인가요.

무엇보다 하나은행은 자산관리그룹 차원에서 하나아트클럽 회원들을 위한 아트뱅킹 서비스로 다양한 전시회 등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이때 기획을 맡는 전문 화랑 등과 전시 취지에 맞춘 맞춤형 신탁으로 여러 가지 협업이 이뤄질 것 같습니다. 이번 ‘미술품 신탁’ 상품도 그런 기회를 살려 출시된 경우입니다. 하나은행의 미술품 신탁은 고객의 재테크를 위한 금융상품 또는 투자상품은 아닙니다.

신탁 설정자의 미술작품 자체가 은행에 신탁하는 대상이 되고 신탁을 맡기신 목적에 맞도록 은행이 보관, 관리, 운용 및 처분을 해드리고 그 실적대로 돌려드리는 신탁 상품입니다. 그 밖에 미술 투자에 관심이 높은 재단 등과 같은 법인에서 자문은 미술전문 회사에 맡기고 작품의 보관과 관리, 거래 집행은 신뢰도 높은 은행 신탁을 선호할 것 같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다양한 미술 분야에 특화된 컨설팅 회사들과 협업도 기획하고 있습니다.

▶ 하나은행의 남다른 경쟁력이 있다면.

하나은행의 모태를 살펴보면 서울신탁은행을 비롯해 서울은행, 하나은행, 외환은행, 보람은행 등이 합쳐져 만들었는데, 신탁 명가의 이미지가 상당히 큰 은행입니다. 이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고민을 하다 보니 차별화된 특화상품을 내보내자는 생각이 든 겁니다. 저희는 손님들께 전통적인 신탁을 통한 금융상품 외에 타 은행 또는 타 금융기관과 좀 더 차별화된 특화 상품을 제공하고, 손님들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켜 ‘신탁명가’ 이미지를 확고히 하려 합니다.

ELT, 채권형 신탁, ETF 신탁, 재산 신탁, 유언대용신탁 ‘리빙트러스트’ 등으로 자산관리 포트폴리오를 꾸리며 손님 중심의 신탁으로 구성하고 있습니다. H.art1(하트원)도 그 예입니다. 저희가 보유한 건물 공간을 손님께 제공하고 손님과 공유하자는 취지로 마련했습니다. 손님이 보유하고 있는 미술 작품을 공간에 전시하고, 특정 작가의 전시도 가능합니다. 그 공간에서 손님들이 작품을 사는 등 미술품에 대한 순환 사이클에 은행이 관여함으로써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을 완성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H.art1(하트원) 외관

▶ 하나은행의 포부와 계획을 밝혀주신다면.

은행이 미술 시장에 참여하는 데 다양한 시각이 존재할 것 같습니다. 저희는 무엇보다 신탁업 겸영은행의 장점을 살려 미술거래나 미술 관련 투자에 투명성을 제공해서 우리 미술시장이 한 번 더 성장하는 계기를 만들어보는데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은행의 본질을 살려 미술시장의 다양한 참여자들이 상호 신뢰 하에 투명한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에 집중하려 합니다. 

그러한 모델이 잘 작동되면 은행 수익 중 일부를 부담해 객관적인 전문위원을 구성하고 진위감정을 맡긴다거나 신진 작가 발굴을 위한 다양한 전시 이벤트를 개최하는 등 미술시장 생태계가 선순환되는데 기여하려 합니다. 특히 은행을 이용하는 손님들에게 예술 향유의 문턱을 낮추고 시장 저변을 확대한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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