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업계, 국내외서 '3중고'…애물단지로 전락?
면세점 업계, 국내외서 '3중고'…애물단지로 전락?
  • 오진석 기자
  • 승인 2017.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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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경제TV 오진석 기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면세점업계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면세점업계는 각종 비용 감축 카드를 꺼내들며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습니다.

 넥스트데일리 황재용 기자와 보다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국내 면세점업계가 전체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된 일인가요. 

(기자) 네, 면세점업계는 보통 국제 정세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국내 면세점업계는 중국의 사드 보복과 북핵 문제 등으로 현재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특히 2015년 메르스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없었던 적자가 이어지는 중입니다.

원인은 관광객 감소입니다. 먼저 중국의 한국관광 금지령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었습니다. 면세점업계와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7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비중국 중화권을 제외하고 모두 감소했습니다. 특히 중국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3%나 줄었습니다.

여기에 한반도 정세 문제로 국내 면세점업계의 또 다른 큰손인 일본인 관광객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 미사일 발사 등 한반도 긴장상황으로 방한심리가 계속해서 위축되고 있는 탓입니다. 

지난 2년간 박근혜 정부가 면세점 수를 지나치게 늘리는 것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됩니다. 6년 전 32개였던 전국의 면세점 숫자는 지난해 50개까지 늘었고 소비가 줄면서 전체적인 타격이 커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군요. 면세점이 줄줄이 적자를 기록 중이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2분기 면세점업계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한화갤러리아면세점은 올해 상반기 총 27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입었습니다. 이 때문에 임직원들이 연봉과 상여금 일부를 자진 반납하기도 했고 최근 인력을 줄이며 면세사업본부를 축소했습니다.

다른 면세점도 마찬가지입니다. 면세점업계 ‘빅3’라고 할 수 있는 롯데, 신라, 신세계도 실적이 좋지 않았습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2분기 29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신라면세점도 영업이익이 47%나 감소했다. 면세점 시장에 야심차게 뛰어든 신세계면세점도 2분기 4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국내 최초로 올빼미 면세점을 도입한 두타면세점은 실적이 좋지 않자 영업 종료시간을 앞당겼고 영업 층수도 9개층에서 7개층으로 줄였습니다. 중소 면세점인 SM면세점 역시 2개층을 줄이며 매장 면적을 축소했습니다.

(앵커) 하지만 최근 중국 보따리상이 늘면서 매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하는데요. 

(기자) 사드 보복이 이어지면서 중국인 관광객은 줄었지만 그 자리를 따이공이라고 불리는 중국 보따리상이 채우고 있습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국내 면세점을 이용한 외국인은 105만여 명입니다. 작년 7월보다 절반가량 줄었지만 매출은 6억9371만 달러로 8.8% 증가했습니다. 이는 따이공의 구매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문제는 매출이 늘어도 이것이 면세점의 이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면세점이 이들에게 제공하는 할인율을 대폭 높였기 때문인데요. 사드 보복 전 할인율은 5~15%였지만 매출이 급락하면서 면세점들이 할인율을 최대 30%까지 높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면세점업계에서는 일시적으로 매출이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는 ‘신기루’와 같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또 매출이 급락하면 브랜드가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 면세점은 이렇게 마진이 거의 없는 할인율을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외부적인 요인 외에도 내부적인 어려움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인천국제공항 임대료가 문제가 되고 있죠.

(기자) 네, 맞습니다. 인천공항 면세장의 고액 임대료 문제는 지속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일례로 롯데는 올해 9월부터 2018년 8월까지 면세장을 사용하고 연간 임대료 7740억원을 내야 합니다. 

또 롯데가 해마다 임대료가 오르는 방식으로 임대료를 산정해 다음 연차에는 1조1610억원, 그 다음에는 1조1840억원을 지불해야 합니다. 이에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에서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다른 면세점 역시 비슷한 상황입니다. 신라면세점은 3년차인 올해 2900억원, 4년차에는 3100억원, 5년차에는 3300억원의 임대료를 지불해야 하고 신세계면세점도 매년 800억원에서 900억원의 임대료를 부담해야 합니다. 이에 각 면세점이 대응방안을 강구하면서 철수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사드 보복에 이어 운영비가 다시 한 번 발목을 면세점의 발목을 잡는군요. 해결 방법은 없나요.

(기자) 방법은 간단합니다. 인천공항이 임대료를 낮추면 됩니다. 롯데면세점 등 면세점업계와 면세점협회가 인천공항공사에 임대료 인하를 꾸준히 요청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천공항공사는 임대료 인하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롯데의 경우 타 업체와 달리 자발적으로 임차료를 높게 적어냈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또 롯데면세점의 임대료를 낮추면 형평성을 고려해 다른 면세점들의 임대료도 인하해야 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입장입니다. 

 

(앵커) 공항 공사와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부 면세점은 소송까지 진행한다고요.

(기자) 매출 압박이 커지면서 면세점도 바빠졌습니다. 김포공항에 입점한 중소중견면세점인 시티면세점은 공정거래위원회에 한국공항공사가 중소기업을 상대로 우월적 지위와 비대칭 정보를 이용해 부당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제소할 예정입니다.

또 인천공항에 입점해있는 삼익면세점은 인천공항 공사에 임대료를 낮추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면세장을 둘러싼 소송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이 면세점은 지난해 올린 매출액 501억원 중 41.9%에 해당하는 210억원 정도를 임대료로 납부했습니다.

 

(앵커) 어려움이 커지면서 각 면세점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대요. 이미 비용절감에 들어갔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기자) 네, 각 면세점이 대책 마련에 돌입했는데요. 그중 가장 먼저 나온 대안이 송객수수료를 낮추는 방안입니다.

송객수수료는 면세점이 단체여행객을 유치하는 여행사에 지불하는 돈을 말합니다. 면세점들은 단체관광객, 보따리상 등 고객을 유치하는 여행사와 6개월에서 1년 단위로 계약을 맺고 수수료를 냅니다. 

하지만 사드 보복으로 단체여행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면세점들이 송객수수료를 우선적으로 줄이게 된 것입니다. 이미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기존보다 10%가량 낮췄고 신라면세점도 내부적으로 송객수수료 인하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각 면세점별로 살길 찾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다만 면세점을 철수하거나 사업을 줄이면 다시 기회를 얻기 힘든 만큼 신중한 검토를 거쳐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앵커) 네, 면세점업계가 다시 황금알을 낳을 수 있을까요. 앞으로 전망은 어떤가요.

(기자) 우선 10월 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10일간의 황금연휴가 다가오는 점은 호재입니다. 이미 면세점업계는 여기에 맞는 프로모션을 준비면서 내국인 고객몰이를 시작했습니다. 또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벌이며 만반의 준비를 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결코 낙관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사드 리스크가 계속되면서 중국 관광객이 언제 다시 몰려올지 알 수 없는 점이 가장 큰 불안요소입니다. 여기에 북핵 문제로 한반도 정세가 불안하다는 점 역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또 공항공사와 정부와의 갈등도 문제입니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제주국제공항, 청주국제공항, 무안국제공항, 양양국제공항 등 4개 공항의 면세점 임대료를 인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면세점업계의 요청을 받아들였다지만 가장 부담이 큰 인천공항은 명단에서 빠졌습니다. 반쪽짜리 대책에 불구해 면세점업계가 불만을 터뜨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면세점업계의 피해 최소화 하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업계 의견수렴과 추가 대책이 필요합니다. 각 면세점 역시 단체여행객에 의존하는 관행을 벗어나 고객의 발길을 모을 수 있는 특단의 조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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