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같은 날 채용시험?…취업준비생 '혼란' 
공공기관 같은 날 채용시험?…취업준비생 '혼란' 
  • 한보람 기자
  • 승인 2017.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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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경제TV 한보람 기자]

앵커) 이른바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공기관 채용 방식에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가 유사한 분야의 기관들은 입사 시험을 한 날에 치르는 ‘합동채용’ 방식을 도입하겠다는 건데요. 수험생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입니다. 

마이더스HR 박선규 대표와 함께 공공기관 합동채용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먼저, 공공기관 합동채용이란 무엇인가요? 

박선규 대표) 공공기관에 자율적으로 맡기던 채용 방식을 바꿔 유사기관을 그룹별로 묶어 한날에 일괄적으로 시험을 보게 하는 합동 선발 방식입니다. 대상기관은 기획재정부 산하 321개 공공기관 중 잠정 59개 기관으로, 채용인원은 3000명~4000명인데, 올 하반기 시범 실시를 거쳐 내년부터 전 공공기관으로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입니다.

그 동안 공공기관 합동 채용은 금융 분야에만 제한적으로 진행돼 왔습니다. 금융공기업은 대체로 한국은행과 같은 날 필기시험을 시행하는데 지난해 10월 22일엔 예금보험공사, 한국예탁결제원, 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이 한국은행과 같은 날 필기시험을 실시했습니다. 금융공기업 수험생들 사이에선 이를 ‘A매치 데이’라고 불렀습니다.

앵커)공공기관 합동채용이 도입된 배경은 어디에 있을까요?

박선규 대표) 기존에 분산 채용으로 인한 중복 지원 문제를 해소하면서 동시에 구직자들에게 실질적 채용 기회를 확대하고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경감하자는 차원에서 도입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요즘 공공기관에 수험생들이 많이 몰려 시험장 빌리기도 어려운데, 중복지원으로 인한 결시도 많고 중복 합격으로 인해 수습교육까지 마친 인원이 퇴사한 경우도 있습니다. 합격 후 연수 중인 사람이 퇴사하면 해당 기관은 추가 합격자를 받을 수도 없어 비용 손실이 막대하다는 것입니다. 

통상 필기시험은 예비 분을 감안하여 지원자의 1.2배 정도를 준비하는데 결시가 많으면 그만큼 낭비요인이 커집니다. 한편으로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에 의해 상위권을 제외하고 중, 상위권 수험생들은 소신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을 긍정적 요소로 보고 있습니다.

앵커) 합동채용으로 중복 지원 가능성을 사전 차단한다는 건데, 수험생들 반대가 거셀 것 같습니다.

박선규 대표) 예. 그렇습니다. 취준생이 마루타냐? 라는 반응도 있었는데요. 현장 목소리 수렴 없이 기재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결정한 데 대해 “취준생에 대한 사전 배려 없는 일방통행식 탁상행정”이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합동채용을 하면 결국 취업 선택권이 줄어들고 한 번 불합격하면 1년을 더 기다리게 된다는 불만 때문입니다. 

취준생들의 얘기를 몇 가지 정리를 해 봤는데요. 우선은 정부가 공급자 위주의 정책을 추구하고 있고, 합동채용제도의 목적과 장단점, 효과, 문제 발생 시 취업지원정책 조정 등에 대해 제대로 알려준 바가 없다고 반발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 날 한 시에 시험을 보게 되었을 경우, 예상치 못한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는데 정부가 이에 대한 대책 마련 없이 각 기관별로 알아서 하라고 한다면 무책임한 것 아닌가 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앵커) 같은 산업 계열에 속한 기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기회를 박탈한다”는 반발도 있을 것 같은데요.
 
박선규 대표) 네 맞습니다. 그동안 자신에게 적합한 시험유형과 직무만을 고려하여 준비한 사람들보다는 산업군을 1순위로, 직무를 2순위로 고려해 취업을 준비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공공기관이 자기소개서나 직무경험서에 요구했던 바가 '자신이 가고 싶은 분야에서 어떤 일을 맡아서 하고 싶은지'를 정하도록 계속해서 요구해왔기 때문에 이러한 정책 추진은 자기모순적인 면이 있습니다. 

합동시험을 통해 특정산업군만 집중한 이들의 중복지원 방지를 통한 경쟁률 조정을 달성하는 동시에 취업준비생들의 타 산업분야에 대한 지원 플랜B가 불가피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는 오랜 기간 한 기업만 집중적으로 준비하도록 하는 '공기업의 고시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간 합동채용을 하던 금융공기업의 경우 일반 공공기관 사무직도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지만 전기·기계· 화학 등 이공계열의 경우 에너지 관련 공공기관에서만 대거 채용하기 때문에 합동 채용이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또 “건강보험공단의 요양직이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심사직 등도 특정기관에서만 채용하기 때문에 같은 날 시험을 볼 경우 수험생들의 피해가 우려됩니다.

심각한 청년구직난에 지친 수험생들이 선택의 기회 축소 자체를 받아들일 여유가 없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앵커) 정말 수험생들의 반발이 거세네요. 반대로 합동채용을 찬성하는 학생들도 있을텐데요. 그들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박선규 대표) 각 기관이 시험일정을 서로 달리 운영하여 예측이 어려운 점이 많았는데, 그 일정을 조율함으로써 취업준비생들이 신뢰성 높은 반기별 계획에 따라 구직을 할 수 있게 되어 찬성을 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수능이나 공무원시험처럼 연간 채용일정을 확정하여 고지할 수 있게 된다면 계획적인 구직활동의 선순환을 만들어 개인의 취업계획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공백기도 통제 가능한 범위에 넣어 시간의 허비를 막는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앵커) 공공기관 합동채용의 선기능도 있을 법 한데요.

박선규 대표) 네. 필기시험 시 응시율이 낮아져 경쟁이 줄어들 것을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기존의 선호도가 있기 때문에 응시기간에 눈치싸움이 일어날 수 있지만, 지원한 기업에 대해 충실하게 공부한 사람이라면 합격을 기대해 볼 수 있으리라는 판단입니다. 그만큼 뚜렷한 목표의식과 흔들리지 않는 자세로 꾸준히 준비해온 사람에게는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몇 군데만 준비하는 입장에선 오히려 낫다”거나 “중하위권에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가는 걸 보자면 이번 제도가 좋다”는 식도 있었습니다.

앵커) 공공기관 합동채용이 이번이 처음인가요? 예전에도 시행된 적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박선규 대표) 예, 지난 2004년에도 공공기관 합동채용이 시행된 바 있습니다. 한전과 발전자회사, 석유공사, 도로공사, 한국감정원 등 15개 기관이 합동 신문공고를 내고 그 해 3월21일에 동시 필기시험을 치렀었습니다. 

앵커) 당시 어떤 문제가 있었나요?

박선규 대표) 일부 중복합격자 이탈의 문제점은 완화되었지만, 수험생들의 선호도가 낮은 기관들이 상대적으로 우수 인재 확보가 힘들었다는 점입니다. 특히 소수 인원을 채용하는 기관일수록 어려움이 커서 이후 합동채용 참여를 주저하고 정부에서도 추가 진행은 하지 않았었습니다. 

당시 공공기관들의 채용 시 학력 및 연령제한 폐지까지 겹쳐서 일부 비선호기관 합격자가 미련을 못 버리고 선호기관의 직딩수험자가 되는 점도 문제였습니다.

앵커) 공공기관 합동채용에 대해 찬반 여부 떠나 정부 정책 추진 과정에 비판 여론도 있습니다. 일각에서 합동채용이 취업준비생들의 고충을 헤아리기보다는, 비용을 줄이고 중복합격자 문제를 쉽게 해결하려는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에서 나온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요. 기재부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박선규 대표) “공공기관의 경우 중복 응시가 많고 이중으로 합격한 사람들의 이직률이 기관별로 10%가 넘는 곳도 있다”며 “합동 채용을 하면 이직을 줄이고 기관별로 인재가 골고루 나뉠 수 있을 것”으로 봤습니다. 그러면서 “올해 시행 후 반응을 살펴본 뒤 문제가 있으면 보완할 예정”이라고 했는데 이와 관련해 공공기관들의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앵커) 올해 하반기, 그러니까 이번 달부터 합동채용이 시작되겠네요. 수험생들이 어떻게 준비해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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