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열흘 '황금연휴'…내수 진작 가능할까?
추석 열흘 '황금연휴'…내수 진작 가능할까?
  • 한보람 기자
  • 승인 2017.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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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경제TV 한보람 기자]

10월 2일이 임시공휴일로 확정되면서 최장 열흘간 쉴 수 있게 됐습니다. 추석 황금연휴, 기다리시는 분들 많으실텐데요.

사드 여파로 울상인 유통.관광업계도 특수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연휴 기간 동안 가계의 소비지출이 늘어나 경제적 효과가 5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데요. 

과연 임시공휴일 지정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어떨지,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앵커) 정부가 최근 들어 부쩍 임시공휴일을 지정하는 이유는 뭔가요?

김정남 기자) 제가 올해로 기자생활이 10년째인데요. 임시공휴일을 이렇게 자주 지정한 건 아직 좀 어색합니다. 상당히 근래부터 그랬다는 생각이 듭니다. 열흘이나 명절 연휴인 것도 좀 어색하고요. 동료 기자들도 다 그러더라고요.

상식적으로 약간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있죠. 저희는 어릴 때부터 열심히 공부해라, 열심히 일해라 이렇게 배워오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나라에서 없던 휴일까지 더 만들어서 놀라고 하니 이상할 수밖에 없죠.

그런데 이것도 정부가 그냥 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정책적인 목표가 있는데요. 다른 건 다 차치하고 경제적인 부분만 분석해보자면요.

최근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입니다. 경제성장률로 불리는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지난해까지 11년째 민간소비 증가율을 웃돌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국민들에게 돈을 좀 쓰게 하는 목적이라 그 말씀이시죠.

김정남 기자) 그렇습니다. 이를테면 지난해 우리 경제는 2.8% 성장했지만, 소비는 2.5% 증가했습니다. 2014년(3.3%, 1.7%)과 2015년(2.8%, 2.2%)도 마찬가지였지요. 글로벌 금융위기 즈음부터 국민들이 지갑을 닫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경기 둔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내수라는 의미입니다.

올해도 역시 불안한 흐름인데요. 2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이 전기 대비 1.0%로 반등하긴 했지만, 호조세를 장담하긴 이르다는 평가입니다. 매달 통계청이 내놓는 소매판매 증가율부터 들쭉날쭉 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위원들에게 “이번 연휴가 내수 진작과 경제 활성화의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잘 준비해 달라”고 당부한 것도 그 연장선상입니다.

앵커) 구체적으로 경제효과가 좀 나와있는 게 있나요.

김정남 기자) 네. 정부가 임시공휴일을 지정하면서 몇몇 연구원들이 경제효과를 분석했는데요. 

2015년 8월14일 기억나시려나 모르겟는데, 그때도 박근혜정부가 광복절 70주년 하루 전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습니다. 그때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다양한 연구가 있지만, 대체공휴일 1일당 금액으로 따지면 1조3000억원 정도, 고용유발은 4만6000명 정도 있을 것으로 추산하는 연구가 있다.” “임시휴일 (지정)을 통해 (국민) 사기진작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계기로 억눌린 소비심리가 많이 개선될 것이다.”

당시 경제부총리가 제시했던 근거가 한 민간경제연구원인 현대경제연구원이 분석한 자료인데요. 대강의 내용이 이렇습니다. 연구자는 이런 경제 효과를 추정할 때 몇가지 가정을 하는데요. 당시 연구자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절반인 2500만 명이 임시공휴일에 돈을 쓴다고 가정했습니다. 그 한 명이 소비하는 지출액은 7만9600원으로 가정했습니다.

그렇게 두 숫자를 곱해서 경제 전체 소비지출 추정액이 1조9900억원으로 나왔고요. 이걸 기반으로 생산, 부가가치,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유발계수를 곱해서 각각 생산유발액 3조8500억원, 부가가치유발액 1조3100억원, 취업유발인원 4만5700명이라는 계산이 나온 겁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라는 곳도 경제효과 분석을 내놓았는데요. ‘연휴가 관광수요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보면 공휴일이 하루 늘어날 때 국내에서 발생하는 직접적인 여행 소비지출은 432억2000만원으로 추산했습니다.
여기다 생산유발계수와 부가가치유발계수로 곱하면 공휴일이 하루 증가할 경우 해당 월의 생산유발효과는 약 714억원으로 계산되고요. 부가가치유발 효과는 약 360억원입니다.

앵커) 그런데 기관마다 수치 차이가 좀 크네요.

김정남 기자) 그렇습니다. 경제효과라는 건 사실 좀 익숙하죠. 예를 들어 평창동계올리픽 개최에 따른 경제효과 머 이런 대형 이벤트를 할 때 많이 나오지 않습니까. 그런데 문제는 기관마다 숫자가 너무 달라서 무엇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죠.

그건 연구자가 어떤 가정을 통해, 어느 범위로 경제효과를 추정하느냐가 각자 너무 다르기 때문입니다. 위 연구에서는 임시공휴일 그 자체에 따른 소비와 그 소비로 인한 생산유발효과, 쉽게 말해서 저희가 임시공휴일에 가족끼리 근사한 곳에서 외식을 한다고 하면요. 경제효과라는 게 그 음식값만 딱 계산되고 끝나는 게 아니죠.

그 근사한 음식을 담기 위한 그릇도 더 필요할 거고요. 장사가 잘 되면 오븐이나 프라이팬이 더 필요할 수도 있겠지요. 물론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미한 수준일 수는 있겠으나, 경제학자들은 이를 생산유발계수라고 칭하며 그 수치를 뽑습니다. 

위 연구들은 이 정도까지 분석이 된 건데요. 여기서 경제효과를 더 키우는 방법은 있습니다. 설문조사 같은 걸 해서 근사한 곳에서 맛있는 걸 먹으니 얼마만큼 기분이 좋은지, 그래서 다음날 업무를 할 때는 얼마나 생산성이 더 좋아질지 등도 계산이 됩니다.

그런 만큼 연구자의 입맛대로 경제효과가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죠. 그래서 이런 경제효과를 볼 때는 어떻게 추정됐는지도 함께 잘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앵커) 임시공휴일로 오히려 해외소비가 더 늘 것 같다는 분석도 있다고요.

김정남 기자) 그렇습니다. 요즘 들어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많이 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긴 했는데 통계상으로도 이는 증명되고 있습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7월 출국자 수는 238만9000명을 기록했습니다.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208만6000명)보다 14.5% 늘었습니다. 휴가철을 해외에서 보내겠다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의미인데요. 열흘이나 되는 이번 황금연휴도 상황은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SK플래닛 11번가 자료를 보니까요. 올해 추석연휴 해외여행 상품 예약률은 지난해보다 94.4% 급증했습니다. 이미 징후가 보이는 것이죠.

앵커) 해외로 나가는 사람들이 많으면 내수에는 별 도움이 안될 수도 있겠네요?

김정남 기자) 그렇죠. 애초 임시공휴일 지정 효과를 무색하게 할 수 있는 건데요. 국내 소비가 늘어야 국내 경제가 선순환할 텐데, 해외에서 돈을 많이 쓰면 그건 남 좋은 일 시키는 것이나 다름 없거든요. 오히려 해외에서 돈을 많이 쓰고 와서 국내에서는 돈을 아끼는 역효과가 있을 수도 있죠. 올해 추석 때도 인천공항이 많이 붐빌지 한번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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