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 성폭행사건' 파문 확산...부실수사 논란까지
'한샘 성폭행사건' 파문 확산...부실수사 논란까지
  • 오세진 기자
  • 승인 2017.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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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주장 여성 vs. 가해자 지목 남성 '진실 공방'
남성 문자 내용 공개하며 '법적 대응' 예고
검-경 부실 수사 논란으로 확대

[팍스경제TV 오세진 기자]

여성 직원의 비중이 높은 기업 한샘에서 사내 성폭행 논란이 일고 있다. 피해 직원은 인터넷 공간에 올린 글에서 사내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해 회사 측의 대응도 미진했다고 토로해 파장이 더 큰 파장이 예상된다. [사진=뉴시스]
여성 직원의 비중이 높은 기업 한샘에서 사내 성폭행 논란이 일고 있다. 피해 직원은 인터넷 공간에 올린 글에서 사내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해 회사 측의 대응도 미진했다고 토로해 파장이 더 큰 파장이 예상된다. [사진=뉴시스]

가구업체 한샘 신입 여직원이 상사에게 성폭행과 몰래카메라 피해를 당했다고 폭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성폭행 가해자로 알려진 남성이 "합의하에 있었던 성관계"라고 주장하며 신입 여성과 주고 받은 문자를 4일 공개했다. 여성은 "회사가 적극적으로 사건을 축소하려 했고, 가해 남성의 위협때문에 고소를 포기했었다"며 재고소 의지를 밝혀 진실 공방이 뜨겁다. 

진실 공방과 함께 회사 측 대응이 적절했는지, 또 신고를 받았던 수사 기관의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으로 파문이 커지고 있다. 경찰과 검찰은 성폭행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한샘 측은 5일 "아직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정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4일 경찰에 따르면 신입 직원 A씨(20대)는 지난 1월 회식 후 신입직원 교육담당자 B씨에 성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성폭행을 당하기 전에는 화장실에서 다른 직원 C씨에게 몰래카메라에 찍혔다고도 증언했다. 또한 회사가 사건을 알게된 뒤, 인사팀장 D씨가 나서 A씨에게 사건을 축소하자는 제안과 함께 성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고도 밝혔다.

여직원 A씨가 네이트 판에 폭로한 글.
여직원 A씨가 네이트 판에 폭로한 글.

한샘은 당시 내부적으로 정리에 나섰다. 1월 24일 성폭행 가해 남성으로 지목된 B씨의 인사위원회를 열고 징계 해고를 의결했다. 하지만 B씨가 재심을 요구하자 2월 3일 열린 2차 인사위원회가 열렸다. 재심에서는 A씨가 합의서를 작성한 점이 고려돼 해고 조치는 철회됐고, B씨는 다른 부서로 이동했다.

사건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건 지난달 29일. A씨가 그동안 벌어진 일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폭로했다. 한샘 인사팀장의 회유와 사건 축소 시도가 지속됐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글에 따르면, 인사팀장은 A씨에게 2가지 가이드 라인을 제시했다. ▶'성폭행은 당했지만, 처벌은 원치 않는다' ▶'강제로 당한 건 아니고, 형사 처벌과 징계를 바라지 않는다' 였다. 그러면서 "경찰 수사가 들어오면 회사가 귀찮다. 수습 기간이니 수습해지를 시키면 아무 문제될 게 없다"는 등의 말로 압박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자, 가해 남성으로 지목된 B씨로 보이는 이가 4일 인터넷에 입장을 밝혔다. '한샘 논란의 교육 담당자'라고 자칭한 글에는 "한달 간 교육하며 서로 호감을 갖고 많은 카톡과 문자를 주고 받았다"며 "사건 당일에도 하루 종일 연락을 하고 그녀의 회식이 끝나길 기다려 집에 데려다 주던 중, 술을 더 마시고 네가 좋다고 고백하며 오늘 같이 있고 싶다고 해 모텔에 가 정상적인 성관계를 갖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글에는 또 신상이 밝혀진 것에 대해 민ㆍ형사상의 조치를 취하겠다고도 밝혔다.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이 인터넷에 글을 올려 파장이 커지고 있다. 글 작성자는 상대방과 친밀한 사이였다고 주장하며 메신저 대화 내용을 텍스트로 입력해 글에 첨부했다. 본문에서 A씨는 본인, B씨는 신입사원을 지칭한다.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이 인터넷에 글을 올려 파장이 커지고 있다. 글 작성자는 상대방과 친밀한 사이였다고 주장하며 메신저 대화 내용을 텍스트로 입력해 글에 첨부했다. 본문에서 A씨는 본인, B씨는 신입사원을 지칭한다.

A씨의 반박이 이어졌다. A씨 측 김상균 변호사는 인터넷에 A씨에게 받은 글을 소개했다. 글에는 "그 사람(B씨)의 눈빛, 표정이 저를 혼란스럽게 했다. 아침이 돼 아무렇지 않게 나가봐야 한다며 히죽거리고 웃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저를 대했다"고 돼 있다. 그러면서 "미숙하게 대처하다 보니 가해자가 무혐의를 받았다"며 "제가 받은 피해가 오해로 비춰지는 부분을 바로잡고 싶다"고 썼다.

이런 가운데 한샘 최양하 회장이 직원들에게 입장을 밝혔다. 4일 밤 '한샘인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란 제목으로 사내 이메일을 보냈다. 최 회장은 "우리 직원을 제2, 제3의 피해로부터 보호하는 게 우선"이라며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진상이 파악되는 대로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당초 신고를 받고 수사를 벌인 방배경찰서와 서울중앙지검을 비판하는 여론도 일고 있다. 방배경찰서는 수사를 진행하다 3월 증거 불충분을 사유로 불기소의견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사건을 송치했다. 검찰도 성폭행 혐의를 받던 B씨를 불기소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철저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했다. 한샘 측은 수사기관뿐만 아니라 권익위와 고용부에도 사건 조사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부실 수사로 밝혀진다면, '검경의 성폭행 부실 수사 사건'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을 내놨다.

한샘 관계자는 5일 팍스경제TV와의 통화에서 "대응 방안은 경영진이 고심 중"이라고 전했다. 관계자는 "보다 성숙한 기업 문화를 만들기 위해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방안을 먼저 모색 중"이라며 "여직원 고발 등에 대한 대응 방안은 그 후에 구체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B씨의 아버지가 법조계 고위직 인사란 소문이 한샘에서 돌았다. 한샘 측은 "법조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여직원 A씨는 최근 2개월 간 유급 휴가를 갔다가 지난주 회사에 복귀했다. B씨는 타부서로 이동한 채로 계속 근무 중이다. 몰래카메라를 찍었던 직원과, 여직원을 회유하며 성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인사팀 직원은 징계 해고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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