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 이슈①] ‘이상한 인사’ 논란...재판받는 인명피해 폭발사고 책임자를 CSO로 승진?
[에쓰오일 이슈①] ‘이상한 인사’ 논란...재판받는 인명피해 폭발사고 책임자를 CSO로 승진?
  • 배석원 기자
  • 승인 2024.07.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기사를 번역합니다

재판 대상에 사고 당시 'CEO'와 'CSO'는 없다
재판 중인 폭발사고 관련자를 CSO로 승진시켜
안와르 에이 알 히즈아지 현 CEO도 중처법 피해갈까

에쓰오일의 ‘이상한 인사’가 도마에 올랐습니다. 
지난 2022년 5월 10명의 사상자를 낸 온산공장 폭발화재 사고 관련자로 재판을 받고 있는 한 임원을 얼마 전 최고안전책임자(CSO)로 승진시킨 겁니다. 또한 5월 사고는 물론 이후 22년 8월, 23년 3월 등 두 차례나 더 발생한 사고와도 직접 관련이 있는 당시 CSO는 아무런 제재조치도 받지 않고 무사히 퇴임한 뒤 고문으로 활동 중이라고 합니다. 인명 피해가 발생한 대형 폭발사고에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들이 되레 승진하거나 평탄하게 자리를 보전하고 있는 겁니다. 국민을 기만하는 행태인 동시에 안전불감증이 심각하다는 방증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 2022년 5월 19일. S-OIL(에쓰오일) 온산공장에서 발생했던 폭발·화재의 관련자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당시 사고로 협력업체 직원 1명이 숨지고, 원·하청 근로자 9명이 다쳤습니다. 법조계에 따르면 당시 사고와 관련해 에쓰오일 전·현직 관계자 11명과 에쓰오일 법인 등에 대한 1심 공판이 울산지방법원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최근 공판기일은 지난 5월 20일이었고, 이달 18일에 또 진행됩니다. 관련자들은 모두 '화학물질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대상자에는 현 에쓰오일 최고안전책임자(CSO)인 홍승표 부사장(전 정유생산본부장)과 이영백 전 생산운영본부장, 박지만 전 RFCC2공장장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들이 기소된 건 지난해 8월 11일입니다. 울산지방검찰청 형사5부는 에쓰오일 온산공장 폭발·화재 사고와 관련해 당시 홍승표 정유생산본부장과 이영백 생산운영본부장 등 11명 등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및 '화학물질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세간의 관심이 쏠렸던 후세인 알 카타니(Hussain A. Al-Qahtani) 전 에쓰오일 대표이사의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위반 여부에 대해선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2022년 5월 19 에쓰오일 울산 온산공장에서 폭발·화재 당시 현장

◆ 재판 대상에 사고 당시 'CEO'와 'CSO'는 없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과 공중이용시설 등에서 안전 시스템 미비로 발생하는 중대산업재해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 중입니다. 실질적으로 지배·운영 관리하는 사업이나 사업장의 안전과 보건 등을 확보해야 하는 의무를 지고 있는데, 이를 위반해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면 경영책임자 등은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 법인의 경우 50억원 이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당시 울산지검이 판단한 내용을 종합하면 에쓰오일 대표이사는 안전보건에 관련된 사항을 CSO에게 모두 위임해 실질적, 최종적 경영권을 행사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중처법에 해당하는 경영책임자로 볼 수 없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이 때 CSO는 이민호 전 부사장이었습니다. 검찰은 이 부사장도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모두 이행한 것으로 판단해 중처법 '혐의 없음'으로 처분했습니다. 즉 당시 대표이사와 최고안전책임자는 사고에 대한 책임이 없었다는 것으로 읽힙니다. 노동계와 시민단체가 비판하고 나섰던 이유입니다.

특히 전 에쓰오일 대표였던 후세인 알 카타니와 CSO였던 이민호 전 부사장은 이번 재판 명단에도 없습니다. 중처법 뿐만 아니라 '화학물질관리법' 위반 책임 영역에서도 빠져 있는 겁니다. 화학물질관리법 위반에 관한 처벌도 가볍지는 않습니다. 업무상 과실 또는 중과실로 화학사고를 일으켜 사람을 사상(死傷)에 이르게 한 자는 10년 이하의 금고나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관리, 취급, 계획 기준 등 세세한 항목으로 위반 사항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 재판 중인 폭발사고 관련자를 CSO로 승진시켜
이런 가운데 에쓰오일이 재판 중인 홍승표 전 정유생산본부장을 CSO로 승진시킨 배경에 대해 의구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울산지검이 이들을 기소한 시점은 작년 8월입니다. 검찰 입장에선 후세인 알 카타니 전 CEO와 이민호 전 CSO에겐 법적 책임은 없지만, 정유생산본부장과 생산운영본부장, RFCC2공장장 등은 책임이 있다고 본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에쓰오일은 올 3월 홍승표 전 정유생산본부장을 CSO로 승진시켰다며 다른 임원 승진 내용과 함께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승진은 이보다 더 빨리 이뤄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홍승표 CSO는 에쓰오일이 2023년 12월 발표한 사업보고서에서부터 CSO 직책으로 임원 현황에 기재돼 있습니다.

2022년 5월 발생한 폭발 화재 등과 관련해 기소되지 않은 이민호 전 CSO의 바통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인데, 여전히 사고 책임 여부가 가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홍 CSO의 승진 인사가 과연 적절한 것인지 의구심이 큽니다. 

안와르 에이 알 히즈아즈 현 에쓰오일 CEO(위), 후세인 알 카타니 전 에쓰오일 CEO(아래).

◆ 안와르 에이 알 히즈아지 현 CEO도 중처법 피해갈까
한편으로는 CEO의 안전 책임 전가 외주화가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앞서 검찰이 밝힌 후세인 알 카타니 CEO가 중처법 무혐의 배경은 안전과 관련된 경영권을 모두 CSO에게 넘겼기 때문이란 것인데요. 또 다시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에쓰오일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CSO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법망을 피해갈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에쓰오일 측은 입을 닫고 있습니다. 팍스경제TV 취재진은 재판 중인 대상을 최고안전책임자로 승진 시킨 배경이 무엇인지, 정확한 승진 시점이 언제인지, 현재 안와르 에이 알 히즈아지(Anwar A. Al Hejazi) CEO도 안전과 관련한 모든 경영권 부분을 홍승표 CSO에게 위임한 것인지 등을 물었지만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5일 팍스경제TV 취재진은 이민호 전 CSO에게도 전화해 'CSO의 사고 관련해 기소되지 않은 부분과 관련해 책임이 전혀 없는 것인지' 물었지만 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이 전 CSO는 "기자와는 대화하지 않는다"며 "홍보실에 문의하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습니다. 이 전 부사장은 에쓰오일에서 지난해 11월 30일 퇴임하고 그해 12월부터 사내 고문으로 활동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후세인 알 카타니는 올 1월부터 사우디 아람코 다운스트림(Saudi Aramco Downstream)의 연료 부문 수석 부사장으로 근무 중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