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후폭풍’ 아모레퍼시픽 실적 암울
‘사드 후폭풍’ 아모레퍼시픽 실적 암울
  • 한보람
  • 승인 2017.0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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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경제TV 한보람 기자]

앵커)사드 배치로 중국인 매출이 줄면서 뷰티업계 1인자 아모레퍼시픽의 실적이 크게 하락했습니다. 여기에 공정거래위원회의 타깃이 되면서 아모레퍼시픽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된 일인가요.
 
황재용 기자)
네, 우선 아모레퍼시픽의 실적부터 확인해보겠습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2분기 매출 1조4129억5000만원, 영업이익 1303억8000만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7.8%, 영업이익은 무려 57.9% 감소한 수치입니다. 당기순이익도 999억6000만원으로 59.5%나 줄었습니다.
1분기와 2분기를 합한 상반기 실적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2016년 상반기보다 각각 6.1%, 30.2% 감소한 3조2683억원, 5089억원입니다.
실적 하락은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인한 면세채널의 부진과 관광 상권에 있는 매장의 매출이 줄어든 탓입니다. 주력 계열사인 이니스프리와 에뛰드의 매출과 영업이익 또한 전년보다 감소했습니다. 2분기 이니스프리의 매출은 12% 감소한 3518억원, 영업이익은 40% 감소한 685억원이고 에뛰드의 매출은 16% 감소한 1399억원, 영업이익은 66% 감소한 83억원에 머물렀습니다.

앵커)생각보다 심각하군요. 그렇다면 실적 하락의 원인은 무엇인가요.
 
황재용 기자)
아모레퍼시픽의 실적 하락 원인은 사드 배치입니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사드 갈등으로 지난 3월 중국이 한국으로의 단체관광을 금지하면서 화장품업계는 본격적으로 피해를 입기 시작했습니다.
보통 중국인 관광객은 한국을 방문해 면세점이나 서울 명동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 화장품을 수십~수백만원어치씩 구매합니다. 화장품업계에서 중국인이 가장 큰손으로 불리는 이유기도 한데요. 사드 배치 갈등으로 금한령 등 3월부터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중국인이 크게 줄었고 이것이 아모레퍼시픽의 매출 하락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실제로 면세점의 타격이 컸습니다. 지난 4월 외국인 매출은 5억9015만 달러로 전월(6억6495만 달러)보다 11.2% 감소했고 중국인 관광 1번지인 명동의 화장품 판매장들도 중국인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줄줄이 문을 닫았습니다. 특히 중국인 구매자가 감소하면서 설화수, 헤라 등 고가의 브랜드의 판매가 저조했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앵커)아모레퍼시픽의 상황이 좋지 않군요. 경쟁업체인 LG생활건강에도 밀렸다고 하는데요.
 
황재용 기자)
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뷰티업계의 양대산맥입니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무대에서도 'K-뷰티' 라이벌로 불릴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번 실적 공시 후 두 기업의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은 울고 LG생활건강은 웃었습니다.
LG생활건강은 지난 2분기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 감소한 1조5301억원의 매출과 3.1% 증가한 232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습니다. 매출이 소폭 감소하긴 했지만 LG생활건강은 사상 처음으로 분기 매출에서 아모레퍼시픽을 앞질렀습니다. 특히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아모레퍼시픽보다 1021억원 많은 이익을 창출했습니다.
LG생활건강의 영업이익 증가는 음료와 생활용품 사업부 선전에 따른 것이라고 합니다. 화장품과 생활용품, 음료로 분산한 사업 포트폴리오와 함께 중국 현지에서 고가 화장품 라인의 매출이 늘어난 덕분입니다. 일례로 음료사업부문의 토레타가 인기를 끌면서 이 부문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에만 집중하는 구조라 리스크가 발생할 때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이 회사의 화장품 사업 비중은 95%에 달합니다. 아모레퍼시픽은 실적 부진이 예상보다 심각하자 2006년 지주사 전환 이후 처음으로 전 직원에게 주는 상반기 성과급 지급을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 사업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 유커들이 줄어들면서 면세점과 로드샵의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앵커)희비가 교차한 만큼 두 업체의 경쟁이 시간이 갈수록 치열해지겠군요.
 
황재용 기자)
네, 그렇습니다. 뷰티업계에서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사드 갈등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 화장품업종이 정상화되면서 아모레퍼시픽이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증권가 등에서도 아모레퍼시픽이 정상 궤도에 오르는 것을 시간 문제로 보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LG생활건강이 이번 실적으로 탄력을 받아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상반기 LG생활건강은 ‘후’ 브랜드만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다른 화장품 브랜드와 음료, 생활용품 모두 좋은 실적을 올렸고 이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입니다. 또 중국에서 화장품 판매가 부진해도 다른 사업으로 균형을 맞출 수 있어 사업의 불확실성이 상당히 적은 것도 강점입니다.

앵커)네, 하지만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아모레퍼시픽을 정조준하고 있는 중이라고 하는데요.
 
황재용 기자)
네, 맞습니다. 공정위는 앞서 프랜차이즈 등 가맹분야에서 ‘갑질’ 문제가 잇따라 터지면서 '가맹분야 불공정관행 근절대책'을 발표했습니다. 그 핵심은 가맹분야 태스크포스(TF)팀 구성인데요. 이 TF가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움 가맹점주 신고 건을 먼저 조사해 올해 내 심사보고서를 상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사건은 4년 전인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아리따움점주협의회는 "아모레퍼시픽이 사업을 확장하면서 위험을 가맹점에 떠넘기는 거래약정서를 체결하도록 했다"며 갑질 피해를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당시 △단체교섭권 부여 △유통 경로별 차별금지 △아리따움몰 폐쇄 등을 요구했지만 아모레퍼시픽과 입장 차이만을 확인한 후 2014년 공정위에 이를 신고했습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이 사건과 관련된 점주협의회의 의견을 수렴했습니다. 얼마 전 국회 열린 국회 정책간담회에서도 직접 참석해 가맹점주들의 얘기를 직접 들었습니다. 이에 공정위 TF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또 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공정위 조사가 아리따움에 머무르지 않고 아모레퍼시픽그룹 전방위로 확산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습니다. 지난 2015년 아모레퍼시픽과 공정위가 방문판매 특약점주와의 문제로 한 차례 설전을 펼친 적이 있는데요.
당시 공정위는 아모레퍼시픽이 특약점주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숙련된 방문판매원을 신규 점포에 임의로 배치하는 행위와 관련해 5억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습니다. 그러나 아모레퍼시픽이 소송을 진행했고 서울고법은 지난달 공정위에게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취소하라고 판결을 내리며 아모레퍼시픽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에 공정위는 해당 사항과 관련해 당시 임원진들과의 형사소송 항소심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앵커)그렇다면 앞으로 아모레퍼시픽의 전망을 어떨까요.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황재용 기자)아직까지 전망이 밝다고 얘기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발사로 사드 이슈가 재부각된 정세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실적 하락과 맞물려 이런 상황은 아모레퍼시픽에 좋지 않습니다. 현재 이 영향을 받아 아모레퍼시픽의 주가가 요동치기도 하고 이 이슈의 지속 여부에 따라 중국인 소비자의 구매 확대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위기가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뷰티업계는 사드 보복이 지속함에 따라 미국과 일본, 동남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며 판로를 다변화하고 있습니다. 아모레퍼시픽도 중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동남아시아 시장 확대를 추진 중입니다.
올해 상반기 싱가포르에 연구혁신(R&I) 센터를 설립했으며 말레이시아 등에서는 현지 제품 생산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뷰티 거점인 미국과 프랑스 그리고 중동지역에도 자사의 화장품 브랜드를 출격시킨다는 계획도 마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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